영어공부는 알아서 시작되지 않았다
영어공부를 이어가기 위한 기록은 만들었지만, 정작 누가 공부를 시작시킬지는 정하지 않았다.
어제 영어공부를 계속 이어가기 위한 구조를 만들었다.
어떻게 공부할지 적어 두고, 지금까지 무엇을 틀렸는지 기록하고, 다음번에는 어디서부터 시작할지도 남겨 두었다.
그런데 오늘 어제 쓴 글을 다시 보다 보니 빠진 게 하나 있었다.
그래서 누가 공부를 시작시키지?
내가 생각했던 모습은 이랬다.
저녁이 되면 AI가 먼저 묻는다.
“오늘 영어공부 할까요?”
그러면 내가 하겠다고 대답하고 그날 공부가 시작되는 것이다.
그런데 만들어 놓은 구조는 달랐다. 내가 먼저 ChatGPT를 열고 “영어 공부하자”고 말해야 했다.
그 순간 답이 나왔다.
아마 나는 그렇게 하면 잘 안 할 것이다.
공부 내용보다 먼저 고친 것
그래서 오늘 규칙을 하나 추가했다.
- 밤 9시에 영어공부를 할지 먼저 묻는다.
- 내가 대답하면 그날 공부를 시작한다.
- 대답이 없으면 밤 10시에 한 번 더 묻는다.
- 두 번째에도 반응이 없으면 그날은 그냥 넘어간다.
공부하지 않았다고 다음 날 두 배로 시키지도 않는다.
중요한 것은 매일 빠짐없이 공부하는 것이 아니라, 다시 시작하기 쉽게 만드는 것이기 때문이다.
어제까지는 공부가 끝난 뒤 무엇을 기록할지만 생각했다.
오늘은 공부가 시작되기 전에도 상태가 하나 필요하다는 것을 알게 됐다.
무엇을 공부할 것인가뿐 아니라 언제 공부를 시작하도록 부를 것인가도 운영 규칙이었다.
이 수정은 차 안에서 했다
조금 재미있는 것은 이 규칙을 고친 장소다.
나는 지금 책상 앞에 앉아서 설정 파일을 수정하고 있지 않다.
차 안에서 휴대폰으로 AI와 이야기하다가 문제를 발견했고, 그냥 말로 설명했다.
“밤 9시에 한번 물어보고, 내가 대답하지 않으면 10시에 한 번 더 물어봐. 그래도 대답이 없으면 그날은 넘어가자.”
그리고 그 대화는 채팅으로 끝나지 않았다.
영어공부 운영 규칙은 Markdown으로 남겼다.
6_Life/1_my/study/english/AGENTS.md
지금 이 글도 같은 방식으로 정리해 다른 Markdown에 저장했다.
6_Life/1_my/writing/the-forge/ai-english-study/20260823_1211_영어공부는-알아서-시작되지-않았다.md
차 안에서 내가 한 일은 휴대폰에 대고 말한 것뿐인데, 뒤에는 두 개의 기록이 남았다. 하나는 앞으로 AI가 따라야 할 운영 규칙이고, 다른 하나는 왜 그 규칙을 바꿨는지 다른 사람에게 보여줄 수 있는 글이다.
그 말을 바탕으로 두 번의 일정도 설정됐다.
코드를 열지도 않았고 설정 화면을 찾아다니지도 않았다.
운영하면서 문제가 생기면 설명하고, 규칙을 바꾸고, 다시 사용하면 된다.
말로 바꿀 수 있다는 것
내가 이번 영어공부 실험에서 재미있다고 느끼는 부분은 영어 문제가 얼마나 잘 만들어지는가가 아니다.
시스템이 고정돼 있지 않다는 것이다.
며칠 사용하다가 공부 시간이 너무 늦다고 느끼면 시간을 바꿀 수 있다.
9시 알림이 부담스럽다면 방식을 바꿀 수도 있다.
문제가 너무 쉽거나 어렵다면 지금까지의 기록을 보고 다음 수업 난이도를 조정할 수 있다.
그것을 위해 별도의 프로그램을 다시 만들 필요는 없다.
“이렇게 바꾸자”고 말하고, 그 변경을 다시 규칙과 기록에 남기면 된다.
그러면 다음 공부부터 바뀐 조건으로 이어진다.
장소도 크게 중요하지 않다
이 구조가 유지된다면 영어공부를 위해 반드시 특정 책상이나 특정 컴퓨터 앞에 앉을 필요도 없다.
휴대폰으로 대화할 수 있는 상황이라면 공부를 시작할 수 있고, 공부하다 발견한 문제도 그 자리에서 이야기할 수 있다.
집에서는 길게 할 수도 있고, 이동 중에는 짧게 할 수도 있다.
중요한 것은 어느 기기에서 접속했느냐보다 지난 상태와 운영 규칙이 이어지느냐다.
그리고 그 구조를 설명할 수 있다면 다른 사람에게도 공유할 수 있다.
“매일 9시에 공부하세요”라는 공부법을 공유하는 것이 아니다.
각자 자신에게 맞는 시간과 규칙을 정하고, AI가 그 상태를 기억하며 다음 학습을 이어가도록 만드는 방법을 공유하는 것이다.
어쩌면 이번 실험에서 확인하려는 것은 영어 실력만이 아닐지도 모르겠다.
사람이 시스템에 맞추는 대신, 생활하면서 말로 시스템을 계속 바꿔 갈 수 있는가.
오늘은 그 과정을 처음으로 실제 생활 속에서 해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