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RGE함께 기록하고, 함께 벼리는 AI 대장간

LISA를 만들며 AX를 시도하게 된 이야기

작년 초여름, LISA를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처음부터 AI 제품을 만들 생각이었던 건 아닙니다.

당시 제가 계속 맡던 일은 늘 비슷했습니다. 고객 갱신일을 확인하고, Excel에서 고객을 찾고, 제품과 라이선스를 확인하고, 견적을 만들고, 메일을 보내고, 발송 기록을 남기는 일이었습니다.

하나하나는 어려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문제는 이미 확인한 내용을 다른 파일, 다른 화면에 계속 옮겨 적어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고객을 한 번 찾고, 견적서에서 다시 찾고, 메일에 또 입력하고, 발송 내역에 다시 남기는 식이었습니다.

처음에는 일이 많아서 생기는 문제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사람이 부족해서라기보다, 같은 동작을 반복하게 만드는 구조의 문제에 더 가까웠습니다.

그래서 ChatGPT를 켜고 Python 파일 하나를 만들었습니다.

처음 LISA는 고객과 제품, 만료일을 조회하는 작은 스크립트였습니다. 화면도 없었고, 제 컴퓨터에서만 돌아갔습니다. 완성도 높은 제품을 만들기보다, 오늘 반복되는 일을 하나라도 줄여보자는 생각이었습니다.

그 뒤로 필요한 기능이 하나씩 붙었습니다. 검색창이 필요해 화면을 붙였고, Renewal 조회를 더했고, 견적 생성과 고객 정보도 한 화면에서 보게 됐습니다. 기능이 늘수록 일이 줄어드는 느낌이었습니다.

그런데 실제로 쓰기 시작하니 다른 문제가 생겼습니다.

Google Sheets의 헤더가 중복되면 데이터 읽기가 흔들렸습니다. 견적 템플릿의 셀 위치가 바뀌면 자동 생성 결과가 틀어졌습니다. Outlook 메일도 제목과 본문을 만들었다고 끝나지 않았습니다. 첨부파일이 맞는지, 실제로 보냈는지, 누가 보냈는지를 각각 확인해야 했습니다.

가장 곤란했던 건 자동화가 실패했다는 것보다, 누가 어디까지 했는지 알 수 없다는 점이었습니다.

기능을 더 만들기 전에, 먼저 Send Log와 사용자 기록부터 남기기 시작했습니다. 누가 언제 무엇을 보냈는지 남아야 다음 사람이 이어서 처리할 수 있었습니다.

이때부터 LISA를 보는 방식도 바뀌었습니다.

처음에는 반복 업무를 줄이는 개인용 도구였습니다. 하지만 여러 사람이 같이 보려면 로그인, 권한, 기록, 대시보드가 필요했습니다. 앱이 제 컴퓨터에서만 잘 돌아가서는 팀의 도구가 될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LISA를 웹으로 옮겼습니다.

웹 전환은 최신 기술을 쓰기 위한 선택이 아니었습니다. 운영체제가 다른 사람도 같은 화면을 보고, 같은 데이터를 보고, 같은 기준으로 업데이트받기 위한 선택이었습니다.

LISA는 그렇게 고객, 활동, 라이선스, 갱신, 견적을 함께 보는 웹 기반 업무 도구로 커지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AI를 보는 생각도 조금씩 달라졌습니다.

처음에는 ChatGPT가 코드를 같이 만들어주는 도구였습니다. 이후에는 반복 작업을 줄이는 기능을 만들 때 도움을 받는 도구가 됐습니다. LISA가 웹으로 옮겨가고 자동화가 늘면서, AI가 단순히 답을 주는 것보다 업무 흐름 안에서 어떤 역할을 맡을 수 있는지가 더 궁금해졌습니다.

OpenClaw를 붙여 상주 에이전트도 운영해보기 시작했습니다.

메일, 내부 데이터, 자동화 작업을 한 곳에서 정리하고 필요한 흐름으로 넘기는 역할을 기대했습니다. 하지만 설치한다고 끝나는 일이 아니었습니다. 새 환경을 병렬로 테스트하자 기존 프로세스와 메신저 채널이 충돌했고, 에이전트를 여러 역할로 나누자 공용 채널에서 여러 답변이 동시에 나오는 일도 생겼습니다.

이 경험에서 ’AI가 무엇을 할 수 있는가’보다 먼저 봐야 할 게 있다는 걸 배웠습니다.

누가 최종 답변을 하는가. 누가 내부 데이터를 조회하는가. 어디까지 자동으로 실행해도 되는가. 문제가 생기면 누가 확인하는가.

OpenClaw에서 Hermes로 운영 환경을 옮겨보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더 많은 에이전트를 붙이기 위해서가 아니라, 역할을 나누고, 기록을 남기고, 민감한 데이터의 경계를 지키면서 실제 업무에 도움 되는 AX 구조를 만들 수 있는지 확인해보기 위해서입니다.

아직 진행 중입니다.

어떤 자동화는 문서와 정기 점검까지 정리됐고, 어떤 것은 실제 연결과 검증을 더 해야 합니다. 완성됐다고 말하기보다, 매일 써보며 고쳐가는 중이라고 말하는 편이 맞습니다.

다만 LISA를 만들기 시작한 때부터 지금까지 남아 있는 기준은 하나입니다.

사람이 이미 한 판단을 계속 다른 곳에 복사하지 않게 하자는 것.

저는 이것을 이렇게 부릅니다.

컨트롤C, 컨트롤V가 없는 세상.

지금 제가 해보려는 AX도 결국 이 기준에서 시작합니다. 사람을 빼는 자동화가 아니라, 사람이 더 중요한 판단을 할 수 있도록 반복과 확인의 시간을 줄이는 구조를 만드는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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